나는 다니엘 블레이크 왜 노력해도 삶이 나아지지 않는가
영화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고 나서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이 영화에는 반전도, 감동적인 성공도 없다. 대신 우리가 너무 쉽게 외면해온 질문 하나를 집요하게 붙잡는다. 왜 어떤 사람들은 충분히 노력하는데도 삶이 나아지지 않는가. 이 글은 이 영화를 통해 내가 다시 생각하게 된 노력, 가난, 제도, 그리고 개인의 한계에 대한 솔직한 기록이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불편하다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는 보는 내내 불편하다. 주인공은 게으르지도, 무책임하지도 않다. 오히려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이다. 하지만 병을 얻고 일을 할 수 없게 된 순간, 그는 순식간에 ‘문제 있는 사람’이 된다. 이 영화가 불편한 이유는, 우리가 현실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들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규정상 안 됩니다”, “절차를 따라야 합니다”, “본인이 노력하셔야죠”. 이 말들은 중립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벽이 숨어 있다.
나는 언제부터 ‘안 되는 사람’을 개인 탓으로 보기 시작했을까
영화를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됐다.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마음 한켠에서는 이렇게 생각해온 적이 있다. 정말 힘들면 뭐라도 하지 않았을까, 어딘가 선택을 잘못한 건 아닐까 하고. 하지만 다니엘 블레이크의 하루를 따라가다 보니, 그런 생각이 얼마나 쉽게 나오는 판단인지 깨닫게 됐다. 그는 선택지가 없다. 제도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할 수 없고, 설명을 들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노력해보라”고 말하는 건, 사실상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다.
노력은 미덕이지만, 해결책은 아닐 수 있다
이 영화는 노력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다니엘은 끝까지 자신의 존엄을 지키려 한다. 규칙을 이해하려 애쓰고, 다시 일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영화는 분명히 말한다. 노력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존재한다고. 이 장면들을 보며, 나 역시 스스로를 몰아붙였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잘 풀리지 않을 때마다 더 열심히 하지 못한 내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묻는다. 정말 그게 개인의 문제였을까, 아니면 애초에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구조였을까.
제도는 중립적이지 않다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며 가장 크게 느낀 건, 제도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서류 한 장, 버튼 하나, 상담 절차 하나가 누군가의 삶을 결정짓는다. 제도는 효율을 위해 만들어지지만, 그 효율은 늘 약한 쪽에 더 가혹하게 작용한다. 이 영화는 분노를 외치지 않는다. 대신 아주 담담하게 보여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현실은 충분히 잔인하다는 걸.
이 영화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방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는 완전히 절망적인 영화는 아니다. 다니엘은 끝까지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남긴다. 그는 포기하지 않는다기보다, 침묵하지 않는다. 이 장면에서 나는 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말하는 것, 기록하는 것,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이미 하나의 저항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영화는 우리에게 성공을 약속하지 않지만, 최소한 침묵하지 말라고 말한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내가 달라진 점
이 영화를 본 뒤, 나는 누군가의 실패를 훨씬 조심스럽게 보게 됐다. 노력하지 않았을 거라는 가정을 쉽게 하지 않게 됐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조금은 관대해졌다. 모든 문제가 개인의 태도나 의지에서 비롯되는 건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순간, 삶을 대하는 시선이 달라진다. 책임을 회피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보자는 이야기다.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는 그 출발점을 만들어 준 영화였다.
글에는 힘이 있다. 그 힘은 사람을 즉시 바꾸는 데 있지 않다. 대신 누군가를 덜 외롭게 만든다.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는 나에게 그런 영화였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지금 제도 앞에서, 현실 앞에서, 혹은 자기 자신 앞에서 작아지고 있다면, 적어도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삶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조금 더 인간적인 사회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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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가 보여준 구조의 벽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