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 포기하지 않고 물 사용량 낮춰 수도요금 줄이는 방법

나는 여름이든 겨울이든 하루에 최소 두 번은 샤워를 한다. 더운 날에는 네 번 이상 샤워를 하기도 한다. 위생에 대한 기준이 높은 편이라 화장실 사용 후에는 물로 깔끔하게 씻어야 개운하고, 머리도 최소 두 번은 감아야 마음이 놓인다. 건강에 좋다는 말을 듣고 물도 하루 2리터 이상 마시려고 의식적으로 챙긴다. 설거지를 할 때도 세제가 남아 있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접한 이후로는 맑은 물에 여러 번 헹군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도 나는 내 물 사용량이 그렇게 많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관리비 고지서를 보니 수도 사용량이 눈에 띄게 늘어 있었다. 이 글은 위생을 포기하거나 생활의 질을 낮추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왜 물을 많이 쓰게 되었는지 돌아보고, 작은 습관 하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수도요금을 낮출 수 있었던 과정을 솔직하게 정리한다. 나의 고민과 시행착오, 그리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담아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참고가 되기를 바란다.

나는 물을 많이 쓴다는 자각이 없었다

내가 수도요금을 줄여야겠다고 느끼기 전까지 가장 큰 문제는, 스스로 물을 많이 쓰고 있다는 인식이 없었다는 점이다. 샤워를 자주 하는 건 청결을 위한 행동이었고, 화장실 사용 후 물로 씻는 것도 위생을 위한 습관이었다. 물을 많이 마시는 건 건강을 위해서였고, 설거지를 여러 번 헹구는 건 가족과 나 자신을 위한 선택이었다. 이 모든 행동은 ‘좋은 습관’이라는 범주에 들어 있었기 때문에, 낭비라는 생각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제는 이 좋은 습관들이 하루 안에서 반복되고, 동시에 누적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샤워 한 번, 설거지 한 번, 손 씻기 한 번은 아무 문제 없어 보이지만, 하루 전체로 보면 물 사용량은 계속 쌓인다. 특히 여름철에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짧은 샤워를 여러 번 하게 되는데, 이 짧은 샤워들이 모이면 상당한 물 사용량이 된다. 관리비 고지서를 보기 전까지는 이 누적을 체감하지 못했다. 수도는 전기처럼 즉각적인 체감이 없다. 불이 켜져 있으면 보이지만, 물은 흘려보내는 순간 사라진다. 이 특성 때문에 나는 물을 쓰고 있다는 감각 자체가 희미해졌다. 수도요금이 늘어난 것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내 하루를 돌아보게 됐다.

위생 습관과 물 과소비는 다른 문제였다

수도요금을 줄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먼저 든 걱정은 위생을 포기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이었다. 하루 두 번 샤워를 한 번으로 줄여야 하나, 물로 씻는 습관을 멈춰야 하나, 머리를 한 번만 감아야 하나 같은 극단적인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이 방향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위생에 대한 기준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다. 억지로 줄이면 스트레스가 쌓이고, 결국 다시 원래 습관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래서 방향을 바꿨다. 위생을 줄이는 게 아니라, 물이 불필요하게 오래 쓰이는 지점을 찾기로 했다. 예를 들어 샤워를 하더라도 물을 틀어둔 채로 머리를 감고, 바디워시를 사용하는 시간이 길어져 있었다. 설거지도 헹굼 횟수보다, 계속 물을 틀어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시간이 더 길었다. 문제는 ‘몇 번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에 있었다. 이 차이를 인식하고 나서야 위생과 물 절약을 동시에 가져갈 수 있는 여지가 보이기 시작했다.

샤워와 설거지에서 가장 먼저 바꾼 작은 습관

가장 먼저 손댄 부분은 샤워 방식이었다. 샤워 횟수를 줄이기보다는, 샤워 중 물이 흐르는 시간을 줄이는 데 집중했다. 머리를 감을 때나 바디워시를 사용할 때는 물을 잠시 끄는 습관을 들였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며칠 지나니 자연스러워졌다. 샤워 시간 자체는 크게 줄지 않았지만, 실제 물이 흐르는 시간은 눈에 띄게 줄었다. 설거지도 마찬가지였다. 세제가 남지 않게 헹구는 건 유지하되, 헹굼 전 단계에서 물을 계속 틀어두는 습관을 고쳤다. 그릇을 한 번에 모아 헹구고, 불필요하게 흐르는 시간을 없앴다. 이전에는 헹굼 횟수에만 신경 썼다면, 이제는 물이 흐르는 총 시간을 의식하게 됐다. 이 변화는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물을 쓰는 행위에 대한 감각이 생겼다. 내가 언제 물을 쓰고 있는지, 얼마나 쓰고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행동은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수도요금을 줄인 핵심은 이 작은 인식 변화였다.

물을 많이 마시는 습관과 수도요금은 별개였다

물 섭취량에 대해서는 처음에 오해를 했다. 하루 2리터 이상 물을 마시는 습관이 수도요금을 늘리는 원인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계산해보니, 음용수로 마시는 물의 양은 전체 사용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다. 문제는 마시는 물이 아니라, 생활용수였다. 샤워, 설거지, 세면, 청소 같은 반복적인 생활 행동이 훨씬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불필요한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건강을 위해 물을 마시는 습관은 그대로 유지해도 된다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수도요금을 줄이기 위해 건강 습관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어디에서 진짜 물이 많이 쓰이고 있는지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구분이 되지 않으면, 엉뚱한 부분을 줄이다가 스트레스만 쌓이게 된다.

수도요금이 줄어든 이유는 ‘덜 쓰려고 애쓴 것’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수도요금이 줄어든 이유는 내가 물을 덜 쓰려고 애썼기 때문이 아니다. 물을 쓰는 방식을 조금 바꿨을 뿐이다. 샤워를 하지 않거나, 위생을 포기하거나, 설거지를 대충 한 적은 없다. 다만 물이 흐르는 시간을 관리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이 변화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었다. 관리비 고지서에서 수도 사용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걸 확인했을 때, 가장 놀라웠던 건 생활이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불편함 없이 줄일 수 있는 영역이 분명히 존재했다. 수도요금은 생활의 결과다. 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가 숫자로 나타난다. 나처럼 위생과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수도요금은 줄이기 어렵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기준을 ‘적게 쓰기’가 아니라 ‘불필요하게 흘려보내지 않기’로 바꾸는 순간,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한다.

수도요금을 줄이는 일은 생활을 포기하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생활을 더 잘 들여다보는 과정에 가깝다. 내가 왜 이만큼 물을 쓰고 있는지 이해하고, 그중에서 굳이 필요하지 않았던 부분만 정리해도 충분하다. 작은 습관 하나를 고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그 변화는 고지서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위생을 지키면서도 수도요금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이 과정을 통해 처음으로 체감했다.

집에서 샤워와 설거지 등 물 사용 습관을 점검하고 있다.
일상 속 물 사용 습관을 돌아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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